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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호황vs불황 (chapter1,2)

 

Chapter 1 안정적인 경제는 존재하는가

 Chapter 2 불황 스트레스가 만드는 새로운 빈곤

 군터 뒤크의 호황vs불황 이라는 책에 보면 "국부적 영리함"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호모이코노미쿠스를 꿈꾸는 본인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까지 포함한 경제 전체 시스템에서 보면 전혀 경제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이다. 쉽게 말하면 '나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이 꼭 '다른사람을 포함한 모두의 이익'이 되진 않는 다는 뜻이다. 그러나 결국 게임에서 최고의 승자는 거의 항상 국부적으로 영악하고, 본능적이고, 다른 사람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이 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군터 뒤크는 이러한 국부적 영리함이 자본주의의 스트레스가 되어 불황의 시작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위기는 부정을 낳고, 불신은 비용을 낳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 현상이 일어나 시장에서 진정한 고가의 고품질 상품이 없어지게 된다. 결국 공급자들의 압력 아래 건전한 시장이 격렬한 특매장으로 변하고 만다. 무조건 값싼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력 때문에 좋은 품질은 오랫동안 유지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소용돌이는 아르마니(고가 명품의 대명사)와 알디(저가 할인점의 대명사)라는 양극단으로 분리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이 현상은 상품에 국한되지 않고 개인 특히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일반적으로 경제적인 생활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행동들 (예를 들면, 인터넷으로 최저가 검색하여 상품을 고르거나, 용역 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기 싫어하는 경향, 시쳇말로 서비스라고 불리는 덤에 대한 기대감 등)이 결국 우리 스스로 제공받는 좋은 품질에 대해 더는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우리가 제공하는 좋은 품질에 대해서도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초래한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뭔가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 같은 뉘앙스에 감정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었지만) 내가 그동안 경제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했던 모든 행동들이 "국부적 영리함"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물론 그런 행동들이 이미 불황의 생태계(모든 사람들의 국부적 영리함으로 인한 불안하고 불완전한 경제시스템)를 오래도록 체험한 결과였지만... 그리고 그러한 행동들이 실제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다음에서 바로 알 수 있었다.  

당장 현장에서 대가가 지급되지 않는 모든 것이 바닥으로 추락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교육, 성인교육
  • 출산, 양육
  • 부모에 대한 보살핌
  • NGO활동
  • 자원봉사
  • 종교, 교회, 사회봉사활동
  • 직장 내 교육
  • 기초과학 연구
  • 윤리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지금 나의 상황(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과 맞아 떨어지면서 이러한 현상들이 돌고 돌아 나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씁쓸하기도 했다. 양극단의 간격은 점점 더 넓어질 것이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새로운 하층계급인 프레카리아트가 생성된다. 자본주의의 스트레스가 프레카트리아트를 생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나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본인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목적이 아니며 자본주의의 스트레스가 이러한 현상의 원인임을 다시 한 번 지목한다.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시장은 생존투쟁을 통해서 균형으로 수렴한다. 그 균형은 적은 수의 부자와 결국에는 시장 변동의 모든 짐을 짊어지는 많은 수의 빈곤층으로 특정지어진다. 애덤 스미스는 1776년 당시 이런 상태에서 살았고 그런 균형을 좋은 것으로 봤다. 그래서 시장이 모든 것을 최선으로 조절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자유로운 시장은 부자와 극빈자, 위와 아래, 개인 비행기를 소유한 부자와 빈민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고전파 경제학은 귀족층에서 탄생했다. (p95)

 

 불황이라는 경제 순환기의 한 면을 이렇듯 자본주의의 스트레스에서 그 원인을 찾는 저자의 방식이 나에게는 새로운 방식으로 다가왔고, 앞으로 저자가 호황과 경기 라이프사이클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할지 기대하게 되었다. 매우 바쁜 와중이지만 (그리고 유난히 읽어야'만' 하는 책들이 많은 요즘이지만) 빨리 다음 장을 읽고 리뷰를 남기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다.